• 최종편집 2024-05-04(토)
 

서울지방보훈청 복지과 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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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6월 6일은 제66회 현충일이다. 이맘때 가장 분주한 곳은 아마도 현충일 참배객 맞이 준비를 하는 현충원과 호국원일 것이다. 몇 해 전 국립서울현충원 파견근무 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서울현충원에는 56개의 장병 묘역 등 많은 묘역이 있는데 특히 장병 묘역은 묘역당 천여 개의 묘비가 있어 굉장히 넓다. 묘역이 너무 넓어서인지 묘역 관리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들에게 묘역을 한 곳씩 지정해 준다. 현충일과 명절을 앞두면 직원들은 본인이 배정받은 묘역을 수시로 찾아 시든 꽃과 쓰레기를 치우고 화병이나 태극기가 쓰러져있지는 않은 지 점검한다. 밤새 비바람이 불면 다음 날은 바로 묘역으로 가서 쓰러진 화병과 태극기를 다시 세우곤 한다.
  내가 배정받은 묘역은 제2묘역으로 베트남전 전사자들과 전우들 곁에 묻히고자 했던 채명신 장군이 모셔져 있다. 현충일을 앞둔 어느 날 묘역 정리를 하다가 이른 참배를 오신 유족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연세 지긋한 부인이셨는데 남편이 베트남전에서 전사하신 후 홀로 외동딸을 키웠다고 하셨다. 이제는 그 딸이 장성하여 가정을 이루고 잘살고 있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이제는 편안하게 말씀하시지만 담담한 그 모습 뒤로 홀로 어린 딸을 키우면서 겪었을 긴 세월의 험난함과 아픔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부인이 집에 가시고 나는 묘역 사이 벤치에 앉아 묘역을 바라보았다. 햇살은따사롭고 주변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전사자들은 아무 말씀이 없고 그 분들이 전장에서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지만 오늘 부인의 편안한 모습을 보시고 맘 편히 안식하실 것만 같았다.
  전사하신 분들을 현충원에 모시고 잘 돌봐드리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지만 그분들께 진정한 안식을 드리는 길은 ‘국가가 그분들을 대신하여 남겨진 유족들을 잘 돌봐드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나라에 바친 분들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보훈(報勳)’은 ‘공훈에 보답함’이라는 뜻이다. 유족들이 편안하게 지내시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보훈의 길이며, 아직 부족하기에 국가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분들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하겠다. 나 또한 보훈공무원으로서 국가유공자의 공훈에 보답하기 위해 맡은 업무에 마음을 다할 것을 새롭게 다짐해 본다. 

하나로신문 편집부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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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현충일을 맞아 진정한 ‘보훈’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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