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주)에코바이오솔루션 대표이사 / 경제학박사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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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일을 위해 설립된 단체일수록 당초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도록 원칙에 충실했는지, 그 집행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는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공적인 일에 사욕이 개입되면 결국 사달이 나게 되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중한 가치마저 폄훼되거나 중단되는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활동해 온 ‘정의연’ 과 ‘나눔의 집’ 관련 기사는 많은 논란과 함께 듣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것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국권 상실의 직접적인 희생자로서 꽃 같은 청춘을 잃고 한 많은 일생을 살아오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은 연일 실시간 검색순위에 오르고, 일반시민들은 ‘믿음 여전 VS 실망 크다’로 갈려 논쟁 중이며,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야당은 정치적 공세를 여당은 방어적 입장을 취하는 형국이다. 물론 이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과 성향에 따라 일반 시민들의 의견은 갈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 특히 여당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윤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률적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여당의 자세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논쟁과 문제제기가 일본을 돕는 행위이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폄훼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 사태의 본질을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논리이다. 정치권이 사법부 판단에 따라 당의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자세도 넌센스다. 민심을 먹고 사는 정치는 법률적 판단보다 도덕적 판단이 우선돼야 하고, 이 활동을 제대로 전개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진실규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검찰이 압수수색을 강행했으니 수사는 속도를 낼 것이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배임·횡령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수사가 시작되었으니 어떤 형태로든 결과가 나올 것이고, 윤 당선인 개인의 법적 문제는 그 결과에 따르면 된다. 하지만 국회의원 당선인이라는 공적 신분의 진퇴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다. 왜냐하면 윤 당선인이 ‘정대협’ 및 ‘정의연’ 활동과 그 성과를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공천되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불거진 사태가 사실과 다르다면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반평생 투신하여 헌신노력 한 일에 대한 억울함이 있을 것이고, 누명을 벗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윤 당선인 본인과 ‘정의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된다는데 있다. 아울러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정의연’ 입장과 “사퇴 고려 안 한다”는 윤 당선인의 태도가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용수 할머니뿐만 아니라 2008년 작고한 위안부 피해자 故 심미자 할머니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시켜준다면서 거짓과 위선으로 위장했다.”는 유언장 내용은 차마 듣기가 민망하다. 게다가 지난 20일 ‘정의연’이 단체 원로 12명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 마저도 정대협의 초대 공동대표였던 윤정옥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입장문 발표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논란마저 등장했다. 뭔가 불편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기만과 술책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하지 않은가.
 이쯤 되면 윤미향 당선인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일에 투신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순리다. 당초 국회의원 하려고 그 일에 투신했던 게 아니라면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검찰의 권력이 막강하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를 걸핏하면 사법부로 가져가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하며, 여당은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문제 있는 사안을 가지고 제 식구 감싸기를 고집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여당이 훈장처럼 여겨왔던 도덕적 우위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한 공로는 인정해야 하고, 할머니들과 함께 해왔던 활동의 의미와 성과들이 부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일본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가 있는 그 날까지 그 활동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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