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신고 포상제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위한 상책(上策).”
- 하나로신문 편집부 기자
- 입력 2021.02.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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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소방 점검단장 김민호
삼십육계는 본래 ‘전쟁을 하는 데 쓰이는 36가지 계책’이라는 뜻이다. 제1계에서 제36계까지 있는데 그 중 마지막인 제36계가 ‘주위상책(走爲上策, 도망가는 것을 상책으로 삼는다)’이다.
36번째 계책은 정확히 말하면 “삼십육계주위상책(三十六計走爲上策)”이다. 이는 ‘36번째 계책은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라는 뜻인데,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니 이것이 무슨 병법이 될 수 있는가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달아남’은 당장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내일을 기약한 채 작전상 후퇴한다는 것일 뿐이다. 이는 상황에 따른 우선순위의 판단이자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선택 행위이다.
그동안 우리는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배워 왔다. 물론 옳은 말이다. 하지만 피난우선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로 119신고도 중요하지만 생존을 위한 ‘달아남’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선순위와 효율이라는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선택적 행위임을 고사하고도 ‘생명’이라는 순수 원초적 그 자체의 감성에 근거하며, 모두가 공감 할 수 있다고 본다. 인명피해는 되돌 릴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달아남’은 달아 날 공간의 ‘온전함’을 전제해야 한다. 근래 도심의 건축구조가 대형화, 고층화, 조밀화, 복잡화되어 재난에 매우 취약한 형태로 변모했다. 다중이용시설을 가만히 살펴보면, 더 많은 영업장과 복잡한 구조, 법정 기준에 딱 맞춘 최소한의 안전시설, 이윤 창출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 관계인의 부도덕과 비양심이 더해진다면 용도와 구조를 불법으로 변경하고, 비상구와 피난계단 등 주요 피난시설(이하 ‘달아날 공간’)이 마치 창고라도 되는 듯이 물건을 쌓아두고 폐쇄하여 ‘온전함’을 보존하지 못한 공간을 수 없이 보았다.
소방서에서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이 모든 건물을 감시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우리 주변의 방화문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시민이 감시자가 되어 이 ‘온전함’의 지속을 야기 하여야 한다. 대단한 다짐과 용기도 필요 없다.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보호 할 수 있는 눈과 손이면 된다. 그것은 바로 공익신고제도 이다.
‘경기도 비상구 폐쇄 등 위반행위 신고포상제 운영 조례’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범위와 포상을 규정하고 있다. 일반 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거의 모든 다중이용시설이 신고 대상이다. 주요 불법행위에는 ▲소방시설의 유지관리 부실ㆍ폐쇄 및 차단 ▲건축물의 복도, 계단, 출입구를 폐쇄ㆍ훼손 및 장애물 설치 ▲방화문의 기능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이 있다.
관할 소방서장은 신고 내용에 따라 현장을 확인하고 불법행위로 확인되면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비교적 관련 지식이 있어야 알 수 있는 소방시설 등의 유지ㆍ작동에 대한 불법행위와 달리 건물의 비상구와 방화문 등에 행해지는 물건을 쌓아두거나 폐쇄하는 등의 불법행위들은 이용객이 쉽게 구분할 수 있고 판단도 쉽다.
이제 우리들이 이용하는 현실의 다중이용시설로 눈을 돌려보자. 화려하게 꾸며진 주출입구와 매번 이용하던 엘리베이터가 아닌 측면의 비상구와 방화문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평소에 눈길 한번 주지 못했던 피난계단을 따라 지상으로 내려오는 감시의 발걸음을 떼어보는 것은 어떤가?
재난 발생 시 생명의 길이 될 통로에 혹시 불법이 판치고 있진 않을까? 영업주의 탐욕이 쌓아올린 장애물을 볼 수도 있겠다. 응당 열려야 할 방화문이 아예 잠겨 있을 수도 있다. 이제 당당하게 지적하자.
그 통로가 우리 모두를 살려낼 생명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익신고는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위한 ‘달아남’과 달아 날 공간의 ‘온전함’을 지속하기 위한 ‘상책(上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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