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형의 본질 – 점·선·면·색 展
작가는 경이로운 자연을 대상으로 본래 보다 더 생생하거나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작가가 원하는 구도로 재구성할 수도 있으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단순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작가는 100호, 200호 이상 큰 화면에 한 폭의 산수를 담아내기도 하고 엽서 크기의 작은 화면에 우주를 표현해낼 수도 있다. 한 줄의 선이 산과 바다, 땅의 지평선을 만들 수도 있고, 하나의 점으로 우주를 그려낼 수도 있다. 그리고, 흑과 백 한 색에 만 가지 색을 담아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형태를 원, 구, 원뿔, 원기둥, 기하학적 구조로 표현하려 했던 세잔을 넘어, 점, 선, 면으로 조형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던 칸딘스키는 구체적인 형상이 오히려 형태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소한의 구조와 형태로 조형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다.
우리는 조형의 본질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 우선 예술의 본질을 먼저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술의 본질에 대해서는 동·서양의 시각 차이가 있다. 동양에서는 정신적 측면에 많은 비중을 두었고, 서양에서는 과학적이고 경험적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동·서양 각자의 시각에서 해석하는 예술관에 한계를 느끼면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더 확장된 영역의 이론을 섭렵하면서 흐름을 만들어간다. 물론, 각자의 입장에서의 확장과 수용이다. 이번 전시에서 점, 선, 면, 색을 통해서 살펴보는 조형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예술의 본질과 맥을 함께 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동양화, 서양화, 도자를 통해 각자의 철학과 시각으로 조형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우리나라 대표 원로작가들이다.
먼저 동양화가 ‘송수련’은 ‘관조(觀照)’라는 주제로 자신의 욕심이나 선입견을 모두 내려놓고 무심(無心)이 아닌, 정심(淨心)으로 바라보는 사물과 시간, 관계성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수 없이 반복되는 붓질을 통해 표현되는 느낌은 절제와 정제의 미와 한국 채색화의 깊이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서양화가 ‘김영자’는 점, 선, 면, 색을 통해 주름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불규칙한 점, 선, 면, 색이 그리는 규칙성이 만들어내는 주름은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시대정신을 드러내고 생성과 소멸의 영속적 파동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달항아리는 보통 물레로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성형해서 접합하는 방법을 주로 써왔다. 그래서 달항아리의 중앙 부위를 보면 접합한 자국이 나 있다. 이 방법을 업다지 기법이라 한다. 도자 작가‘조병호’(여주 1호 명장)는 이 전통 기법을 이용하여 달항아리를 만드는 작가이다. 흙과 유약의 성분, 그리고 굽는 온도와 유약의 용융점까지 전통적 방법을 면밀히 탐구하고 현대적 방법을 결합해서 하나의 도자 작품을 얻는다. 특히, 달항아리의 선은 유려함 그 자체이다. 또한 눈이 녹으면서 발하는 유백색과 옥색을 품은 달항아리는 모든 색을 품은 듯, 발색한다.
도자 작가‘박부원’(경기도 광주시 초대 명장)은 타래기법으로 달항아리를 만드는 작가로 유명한 경기도 광주 도자기 명장이다. 업다지 기법과는 다르게 흙을 타래로 만들어 쌓아 올리는 기법으로 항아리를 만든다. 당연히 매끄러움 보다는 질박한 선의 느낌이 더 강조되는데, 그 선의 모양은 당당하고 힘차게 뻗어있다. 또한 현대미술 전반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던 박부원 명장은 선사시대의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어 본인의 작품에 적용하고 현대적으로 변용하면서 새로운 달항아리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이렇듯, 회화와 도자라는 각 장르를 통해 표현한 조형 언어와 양식들은 현대 예술을 가늠해 보고 향후 예술 방향의 단면을 그려보는데 좋은 영감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회화와 도자 각 장르에서 점, 선, 면, 색을 통해 풀어내는 작가들의 조형 본질에 대한 탐구와 각 작품들이 홀로 존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작품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함께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현대미술에서 전통과 전승, 현대적 감각이 어떻게 어우러지고 재탄생하는지 확인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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